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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의 금서였던 ‘노동의 새벽’, 미국서 영문판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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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의 금서였던 ‘노동의 새벽’, 미국서 영문판으로 나왔다

입력
2024.04.30 16:53
수정
2024.04.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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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집, 40년 만 번역 출간

1984년 박노해 시인의 첫 시집 ‘노동의 새벽’ 초판 표지(왼쪽 사진)와 올해 미국 하와이대 출판부에서 나온 영문판 표지. 느린걸음 제공

1984년 박노해 시인의 첫 시집 ‘노동의 새벽’ 초판 표지(왼쪽 사진)와 올해 미국 하와이대 출판부에서 나온 영문판 표지. 느린걸음 제공

1984년 박노해 시인의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이 출간 40년 만인 올해 영문판으로 나왔다. 이 시집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시의 힘’을 보인 작품이다.

출판사 느린걸음은 30일 “‘노동의 새벽’이 미국 하와이대 출판부에서 ‘Dawn of Labor’라는 제목으로 첫 번역 출간됐다”고 발표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스물일곱 살의 ‘얼굴 없는’ 공장 노동자, 박 시인이 쓴 시집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새벽 쓰린 가슴 위로/차거운 소주잔을/돌리며 돌리며 붓는다“(‘노동의 새벽’)라는 투박하고 거친 문장으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시들은 1980년대 노동문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태평양 연구 출판사인 하와이대 출판부는 2021년 ‘노동의 새벽’을 영문판으로 펴내고 싶다는 뜻을 출판사에 전해왔다. 2001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학내 노동자의 저임금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점거 시위에서 이 시집이 읽히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시집을 번역해 알린 하버드대 최초의 한국문학 박사 스콧 스웨너는 “시위에 나선 학생들 사이에서는 시집에 실린 시 가운데 ‘그리움’이 가장 인기였다”고 회고했다(기사 하단에 첨부).

박노해 시인. 느린걸음 제공

박노해 시인. 느린걸음 제공

‘노동의 새벽’ 영문판 번역은 가톨릭 수사(修士)인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으로 한국에 온 그는 1994년 귀화했다. 김동리, 서정주, 천상병, 이성복 등의 문학 작품을 영어로 번역했다. 하와이대 출판부는 영문판 발간사를 통해 “’노동의 새벽’ 영문판 발간은 세계문학사와 노동운동사의 위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노해 '그리움'

공장 뜨락에

따사론 봄볕 내리면

휴일이라 생기 도는 아이들 얼굴 위로

개나리 꽃눈이 춤추며 난다


하늘하늘 그리움으로

노오란 작은 손

꽃바람 자락에 날려 보내도

더 그리워 그리워서

온몸 흔들다

한 방울 눈물로 떨어진다


바람 드세도

모락모락 아지랑이로 피어나

온 가슴을 적셔 오는 그리움이여

스물다섯 청춘 위로

미싱 바늘처럼 꼭꼭 찍혀 오는

가난에 울며 떠나던

아프도록 그리운 사람아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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