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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약에 ‘중간착취방지법’ 들어 있나? 공약집 들춰보니···

입력
2024.04.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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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60>22대 총선 중간착취 방지 공약

편집자주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 명(2019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원청이 정한 직접노무비를 용역업체나 파견업체가 노동자에게 다 주지 않고 착복해도 제재할 수 없어서,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국회에 발의된 '중간착취 방지 법안들'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는 상황. 한국일보는 중간착취 문제를 꾸준히 고발합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정책공약집 표지.

왼쪽부터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정책공약집 표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일보는 2021년 ‘중간착취의 지옥도’ 기획 보도 이후, 중간착취방지법 입법을 위해 노력해왔는데요. 21대 국회가 끝나가는데도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중간착취방지법은 전혀 심의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간착취방지법은 용역·파견과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원청이 정한 임금을 다 주지 않고 하청업체가 착복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전용계좌를 도입해서 원청이 임금을 직접 주도록 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지요. 현재는 최저임금만 주면 중간에서 아무리 착복해도 불법이 아닙니다.

오는 5월 21대 국회가 끝나면 중간착취 방지법안도 함께 폐기됩니다. 그렇다면 다음 국회에선 다시 추진이 될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의 정책공약집을 살펴봤습니다.

어느 정당이 중간착취 근절을 내세웠을까

여당인 국힘의 공약을 먼저 살펴보았지만, 국힘의 공약집에는 중간착취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발췌.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발췌.

그럼 민주당의 공약집을 볼까요. ‘민생회복’ 분야 24번째 과제 중 하나로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 패키지 입법 제도화’가 있네요. ①용역 등 하도급 근로관계에서 인건비 구분지급 및 확인제 도입, ②파견근로계약에 파견수수료 명시 및 상한 설정 도입, ③원청에 의한 동일업무 용역업체 변경 시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승계 의무화가 공약으로 제시됐습니다.

녹색정의당 정책공약집 발췌.

녹색정의당 정책공약집 발췌.

정의당도 노동 분야 세부공약에서 중간착취 구조 근절을 약속했습니다. 임금의 구분지급, 지급확인제 민간건설공사, 제조하도급까지 전면 확대를 내걸었습니다.

정의당은 용역과 파견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용역과 파견을 분리해서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는데요. 사실 업종별로 합리적인 파견 수수료 상한을 일일이 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용역 중간착취 방지 해법처럼 원청이 정한 인건비를 전용계좌로 지급하는 방안이 더 간단하고 적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을 지켜봐야겠네요.

조선업 중간착취 방지 방안 마련한 고용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중간착취방지법 심의에 동의를 하지 않고 있지만, 여당 박대수 의원은 공공부문의 중간착취 방지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힘 내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특히 현 정부는 조선업계의 임금체불과 중간착취를 막기 위해 ‘전용계좌’를 통한 하청 노동자 임금 지급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 체결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주요한 성과 중 하나가 조선 5개사의 하청 인건비 에스크로 지급제도 도입입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 중간점검 및 향후과제 모색을 위한 1주년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열린 '조선업 상생협약 중간점검 및 향후과제 모색을 위한 1주년 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청이 하청노동자 임금을 하청업체에 주지 않고 은행 등 3자에게 예치하고, 하청업체가 급여명세서 등을 작성해 지급을 요청하면 에스크로 계좌에서 노동자에게 바로 입금하는 방식입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2016년 도입했는데 이번에 조선업 전반으로 확대시킨 것이죠. 삼성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중 에스크로 제도를 전면 도입하면 조선 5사 모두 제도 도입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물론 원청에서 주는 기성금(도급비) 자체가 낮고, 그나마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금체불 등을 막는데 한계는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최소한 지급된 인건비를 하청업체가 중간에서 착복하는 현상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2월 27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김두겸 울산시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조선 5사 원청·협력업체 대표 등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27일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열린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협약식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김두겸 울산시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조선 5사 원청·협력업체 대표 등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건설업은 관급공사에 한해 건설노동자 임금을 하청업체가 떼어먹지 못하게 직접 지급(건설산업기본법 34조 9항)토록 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과 공공건설에서 시행되고 있는 간접고용노동자 임금 직접 지급이 다른 분야에선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중간착취방지법 입법을 통해, 수많은 분야의 용역·파견 노동자들도 혜택을 받을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바로가기: 수많은 중간착취 사례와 법 개정 필요성을 보도한 기사들을 볼 수 있습니다. 클릭이 되지 않으면 이 주소 www.hankookilbo.com/Collect/2244 로 검색해 주세요.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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