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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국회의 뉴노멀인가, 공멸로 가는 여야

입력
2024.06.14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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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첫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 원 구성 관련 결정에 항의하며 모든 상임위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뉴시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첫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 원 구성 관련 결정에 항의하며 모든 상임위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뉴시스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할 게 뭐가 있나요. 이젠 '노딜(No deal·결렬)'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거 아닌가요?"

22대 국회에 입성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여당 후보들이 추풍낙엽으로 스러져간 총선에서 죽다 살아난 그다. 나름 큰 포부를 안고 국회 문이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시작부터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했다. 여야 원 구성 협상이 꽉 막힌 탓에 국회 상임위 회의장 문턱은 밟아보지도 못했단다. 그는 한참 하소연을 늘어놓다가 "원래 국회가 이런 거냐"고 되물었다. 당혹감과 무력감, 심지어 배신감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꾹꾹 눌러 담아야 했다.

당초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6월 이후 여의도에서 전례 없는 상황이 속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좋게 말해 뉴노멀이다. 국회의 기준과 방식이 야당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민주당은 관례를 무시하고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비롯해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보이콧을 운운하더니 난데없이 15개 특위를 가동해 야당에 맞섰다. 서로 등진 채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왜 막대한 혈세를 받으며 국회라는 공간에 모여 있나. 지켜보는 국민을 농락하는 격이다.

협상은 사라지고 공허한 외침만 반복됐다. "실천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법사위를, 정권 견제를 위해 운영위를 가져와야 한다"(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협의할 때만 상임위안을 제출할 수 있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며 상대를 겨냥한 주술을 읊어댔다. 거대 의석을 확보한 야당은 입법 독주에 혈안이 돼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릴레이로 실망감을 안긴 집권여당은 아무런 태도 변화 없이 야당을 공박하는 데 주력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입법권도 없는 당 특위에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다. 야당 의원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말라며 정부부처를 향해 압력도 행사한다니 기가 찰 일이다. 민주당에선 '거부권 마일리지'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통과 법안을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수록 민심이 떠났다는 조롱 섞인 표현이다. 여당은 야당의 '힘 자랑'을, 야당은 집권여당의 고집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중시하는 건 국민이 아니라 상대의 '독선'이다. 그 독선을 후벼파야 지지층이 열광하고 여론이 지지한다고 믿는 듯하다.

이처럼 국회가 제 살 갉아먹는 성토의 장으로 변질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여야가 공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도 있다. 국회의 역할과 존재감은 추락하고 정치 혐오감만 조장할 뿐이다. 이러려고 금배지를 달기 위해 지난봄에 그 사투를 벌인 건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뜩이나 짜증 나는 계절이다. 정치는 제발 제 역할만이라도 해달라.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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