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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뉴진스 히트곡에 '○○' 있다... '비주류'가 바꾼 K팝

입력
2024.06.23 1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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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탐구생활] <21> K팝 세계화 핵심 동력 된 '인디 음악인'
'팝송 같다' '우리의 것' 너머의 미래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에스파(위 사진)와 뉴진스는 요즘 K팝 인기를 주도하는 그룹들이다. 뉴시스

에스파(위 사진)와 뉴진스는 요즘 K팝 인기를 주도하는 그룹들이다. 뉴시스

해외 작곡가가 쓴 노래를 한국 음악이라고 할 수 있냐는 논의가 있던 게 불과 10여 년 전이라고 생각하면 잠시 아득해진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프로듀서와 음악가들이 모여 함께 음악을 만드는 '송캠프'가 가요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즈음이었다.

그로부터 짧지 않은 시간이 흘러 2024년, 송캠프는 K팝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국내에서 먼저 러브콜을 보내지 않아도 한국 대중 음악에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가진 음악가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K팝 히트곡 하나로 팔자를 고친 해외 작곡가 사례가 성공 수기처럼 공유되고, 에드 시런, 찰리 XCX 같은 젊은 팝 스타들의 이름을 K팝 크레디트에서 보는 게 새삼스럽지도 않다. ‘세계로 미래로’. 어린 시절 어딘가에서 본 표어처럼, K팝은 그렇게 멀리멀리 나아갔다.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왼쪽)과 그의 앨범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 제작에 참여한 창작 그룹 바밍타이거 리더 산얀. 산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왼쪽)과 그의 앨범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 제작에 참여한 창작 그룹 바밍타이거 리더 산얀. 산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새 앨범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은 이랬던 ‘K팝의 세계화’ 기준을 여러모로 비켜 간 작품이었다. 물론 좋은 의미다. 그는 전작 '인디고'에 이어 이번 앨범에도 자신이 믿고 따르는 음악가들을 다수 초대했다. '인디고'가 지금의 RM을 있게 한 이들에게 바치는 사랑과 존경을 바탕에 뒀다면, '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은 RM이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음악가들과의 협업으로 채웠다. 대만 밴드 선셋롤러코스터, 미국 재즈 듀오 도미&JD 벡, 영국 래퍼 리틀 심즈를 비롯해 밴드 실리카겔 멤버 김한주, 까데호의 이태훈, 곽진언, 김아일, 제이클래프 같은 한국 음악가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런 시도가 '방탄소년단 멤버 RM이니까' 가능하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한 '블록버스터 앨범'을 올곧게 자기 취향으로만 채울 수 있는 건 RM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맞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모두가 하는 건 아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한 이는 창작 그룹 바밍타이거의 총괄 디렉터이자 리더인 산얀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실험적인 음악을 세계적으로 해 나가고 있는 그의 참여로 RM의 신작은 한국과 세계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음악 영토를 구축해 냈다.

그룹 NCT 127의 멤버 도영이 데뷔 8년 만에 낸 솔로 앨범 '청춘의 포말'도 그런 흐름에서 흥미롭다. 도영은 최근 아이유와 노래 '러브 윈스 올'을 함께 작업한 레이블 안테나의 프로듀서 서동환을 비롯해 그룹 치즈의 전 멤버이자 백예린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구름, 루시의 베이시스트 조원상 등을 신곡 파트너로 택했다. 도영은 앨범을 준비하며 곡을 받고 싶은 작곡가를 직접 정리해, 곡을 기획하고 수집하는 소속사 A&R팀에 전달했다고 한다.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과 한국 대중음악의 지금을 면밀히 살펴 합작에 나선 것이다.

그룹 뉴진스의 '버블검' 등 제작에 참여한 프로듀서 겸 작곡가 250.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그룹 뉴진스의 '버블검' 등 제작에 참여한 프로듀서 겸 작곡가 250.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으로 올 상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그룹 에스파의 앨범 동명 타이틀곡의 크레디트에도 바밍타이거 멤버였던 프로듀서 노아이덴티티와 리듬앤드블루스 싱어송라이터 수민이 이름을 올렸다. 뉴진스는 신곡 '하우 스위트'과 '버블검'에서 데뷔부터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250과 여전한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이곳에 국경은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오직 자신들과 맞는 창작자를 찾아가는 여정이 있을 뿐이었다.

'팝송 같다'는 말을 칭찬으로 사용하거나 한국 음악가의 교류를 이야기하며 '우리의 것' 같은 추상적인 가치를 앞세우는 건 이제 과거다. K팝과 인디를 막론하고 지금 한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는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에서 호명되는 모습을 당연하게 보고 들어온 첫 세대다. 시작은 미미하나 변화는 확실히 시작되었다. 이제는 K팝과 비(非)K팝이라는 구분 짓기가 아닌 한국 대중음악이라는 커다란 품을 바라보며 다음을 이야기할 때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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