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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몸 속에서 키운다?"...작은 '좌엽 간' 이식해 간 기능 회복

입력
2024.06.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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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간암 말기 환자가 작은 간을 이식받아 몸 속에서 용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간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종만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팀이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생체 기증자 좌엽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해 이 결과를 ‘한국간담췌외과학회지’에 최근 발표했다.

간이식이 필요한 간암 말기 환자에게 뇌사자의 간 전체를 받아 이식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이때 간 기증을 기다릴 수 없으면 생체 간 기증자로부터 간을 받는 차선책을 택한다. 보통 이 수술에서 우엽과 좌엽으로 나뉘는 간 중 크기가 큰 우엽을 잘라 이식한다.

물론 기증자의 신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좌엽을 이식하면 좋지만 크기가 작은 좌엽을 이식하면 간이 충분하게 기능을 하기 어렵다. 원발성 기능부전, 문맥압 고혈압으로 인한 이식 간 기능 장애 등과 같은 위험이 뒤따라 사망하거나 재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간경변이 있었고, 우엽에는 간세포암이 있는 환자를 만났다. 환자는 간세포암을 대상으로 고주파 열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이 우려돼 이식이 절실했다.

다행히 적합한 생체 기증자가 있어 기증자의 간 좌엽을 이식하기로 했다. 기증자 간 좌엽을 복강경으로 떼내 확인한 결과, 절제한 좌엽 용량은 320g으로 수혜자 몸무게의 0.6%였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0.8% 미만이면 수혜자 위험 부담이 크다고 본다.

연구팀은 환자의 중간 간정맥 구멍을 포함한 왼쪽 간미엽을 절제하고 중간 간정맥과 이식 간의 중간 왼쪽 간정맥을 연결(문합·吻合)하는 방식으로 간을 이식했다. 환자 간과 이식 간의 왼쪽 간문맥 및 간동맥도 연결하고 우측 간문맥을 잘라 혈액을 주입하고 수술을 마무리했다.

수술 후 7일째 되던 날 환자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이식 수술 때보다 이식 간 용량이 45.3%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좌엽이 자라나 제 기능을 하는 모습도 확인했다. 이후 간세포암이 있던 환자의 간 우엽을 절제하는 2차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합병증도 전혀 없었다.

김종만 교수는 “적절한 생체 기증자 없이 뇌사자 간이식만을 기다리던 중증 간 질환 환자들에게 생체 기증자의 작은 좌엽 간을 활용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며 “기증자 안전성이 확보된 수술로 수혜자와 함께 치료 후 삶의 질이 보장되어 더 많은 환자가 완치될 수 있는 옵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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